제275호 2022년 5월 1일

「건축예술진흥법」 제정 움직임, 기존법과 중복 논란

  • 제275호 1면
  • 입력 : 2022-05-01 11:40
  • 수정 : 2022-04-29 14:24

지난 4월 6일 한국건축가협회와 이병훈 국회의원은 산림비전센터에서 <건축예술진흥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2월에 발의된 「건축예술진흥법」 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법안 검토에 앞서 건축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다. 문화예술의 한 분야인 건축을 육성하고 건축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좋은 취지이나, 기존 「건축기본법」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과 중복되는 문제와 건축 관련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상이한 개념어를 사용하고 있어 ‘대상이 누구냐?’라는 의심과 함께 기존 법률과의 중복으로 인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62년 건축법 제정이후 1963년 「건축사법」이 제정되면서 ‘건축사’라는 용어는 사회적, 법률적으로 확고히 정립된 용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용어를 사용해 ‘건축사’의 용어를 혼란하게 하는 법안이 제정·발의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건축가협회의 주도로 추진된 「건축예술진흥법(안)」은 ‘건축예술’ ‘건축예술가’ ‘건축예술작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기존 법률용어인 ‘건축물’ ‘건축사’ ‘설계도서’와 유사하다. 

「건축예술진흥법(안)」의 목적과 용어 정의

제1조
(목적)

이 법은 건축예술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건축예술의 심미성과 문화다양성을 향상시켜 국가와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증대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건축예술’이란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 중 건축 분야에서 문화적·심미적 감상과 소통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의적 표현활동을 말한다.

2. ‘건축예술가’라 함은 건축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3. ‘건축예술작품’이란 건축예술의 결과물로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말한다.

 

20세기 이후 국가제도가 정착되면서 국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사회적 제도의 기초가 된다. 합리적인 용어와 그에 적합한 사용이 전제되어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률 제정 시 사용하는 용어의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법률을 제정할 때에는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한다.

논란이 제일 큰 문제는 ‘건축예술가’를 ‘건축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건축예술’과 ‘건축예술작품’의 정의 규정의 내용으로 보아 ‘건축예술가’는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를 의미한다고 짐작은 할 수는 있지만, 별도의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봐서, ‘건축사’를 특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축예술진흥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예술의 심미성과 문화 다양성을 향상시켜 국가와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의 문화향유권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건축예술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안 제1조) 주요 용어인 ‘건축예술’, ‘건축예술가’ 및 ‘건축예술작품’에 대한 정의와 건축예술진흥위원회 설치 및 실태조사의 실시 근거를 규정하였으며(안 제7조 및 안 제8조) 건축예술가 양성·교육·창작활동에 대한 지원과 건축예술비엔날레·공모전의 운영 근거를 규정하고(안 제10조∼제13조), 건축예술 공로자를 선정하여 포상·지원과 전담기관의 지정 근거를 정하도록 한다(안 제19조 및 제20조).

이와 관련해서는 ‘건축예술(제2조제1호)’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 중 건축 분야에서 문화적·심미적 감상과 소통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창의적 표현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 중 예술진흥을 위한 필요성에 따라 별도로 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국가가 공인한 ‘건축사’를 대체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건축 전문자격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이 제정안은 기존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중복되는 ‘건축예술진흥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데, 이는 중복위원회 신설을 금지하는 법률에 의해 두 개의 위원회 중에 하나는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건축기본법」에 따른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제정안의 건축예술의 정의·범위에 대한 우려가 있고, 「건축기본법」 등과의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예상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중복의 문제는 과거에도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2006년과 2007년에 「건축문화진흥법안(문체부 소관)」과 「건축기본법안(국토부 소관)」이 각각 발의되어 부처 간의 갈등이 있었다. 2개 제정법안과 관련하여 건축문화진흥에 대한 총괄부서 지정에 대한 조정이 추진됨에 따라 2007년 8월에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정책토론회’가 열렸으며, ‘건축문화는 결국 건축이라는 기본이 있고 거기에 문화가 내재하거나 결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건축의 영역의 것이므로 건축문화 발전과 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을 위해 건교부 주관으로 「건축기본법(안)」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건축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이후 2014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었다.

송하엽 대한건축학회 일반건축설계위원장은 “건축계를 보면 뭔가 합의된 건축적 노력이 필요하고, 건축 외적으로도 통일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건축예술진흥법이 등장했다”면서 “진흥은 이해되지만 건축예술가와 같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국민에게 건축을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 보면 혼돈스러우며, 두 법안이 각론화돼 충돌하는 것에 기우가 있다”고 말했다. 권연하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법안은 현행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각종 용어 정의·업무내용과 상충·위배된다”며 “건축예술가(건축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 규정을 만들어 국가전문자격제도 근간을 흔들고, 국민 생명·재산을 다루는 업무를 부여하겠다는 것은 심히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건축기본법과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상충, 건축예술 정의가 사실 건축설계에 해당하며, 건축예술가가 건축사 정의와 서로 충돌해 건축예술작품이 건축설계 성과품과 같은 말이라는 점에서 (제정안에 대해) 건축사협회 이하 건축사들은 강력 반대한다”고 말했다.

  • - 이채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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