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호 2022년 5월 1일

계륵ㅣ감리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 제274호 2면
  • 입력 : 2022-04-01 10:10
  • 수정 : 2022-04-27 10:17

 비상주 감리시 감리자는 아래의 경우 현장을 방문하여 공사감리를 수행하여야 한다.

1) 공사착공 시 공사현장과 건축허가 도서 비교 확인, 2) 터파기 및 규준틀 확인, 3) 각층 바닥 철근 배근 완료, 4) 단열 및 창호공사 완료 시, 5) 마감공사 완료 시 6) 사용검사 신청 전 이 기준대로라면 감리자는 감리 기간 동안 몇 번이나 현장 방문을 할까?

가끔 동료 건축사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15개사무소 명단과 함께 감리자 추천좀 해달라고. 현장을 꼼꼼히 잘 봐주는 사무실을 원하는지, 도장 잘 찍어주는 사무실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이 편한 사무실을 원한다는 답이 온다. 반대로 감리 추천을 해주기 위해 아는 사무실 연락을 해보면 설계사무실에서 서류 잘 챙겨주는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지정감리 해봐야 현장에 잘 나오지도 않고 공사 끝날 때까지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든데 설계자가 감리도 같이 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건축주들도 종종 있다.

감리협의회를 통해 감리자 지정이 이루어지면서 감리대가가 상향되고 감리비 정산 문제로 골치아플 일 없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감리대가가 오른 만큼 감리의 질 또한 같이 올라갔는지 한번 되짚어 본다.

감리와 설계를 분리하게 된 주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기존 건축주가 감리자를 직접 지정할 수 있었을 때 감리자는 건축주의 눈치를 보며 감리비를 덤핑하다보니 형식적인 감리와 그로인한 부실시공으로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감리와 설계가 분리되고, 이해관계가 없는 감리자의 선정으로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모든 현장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지정감리가 따로 있지만 아직도 감리 업무를 설계자가 대신하고 있는 현장이 있는가 하면, 역량있는 건축사 제도를 이용하여 감리비를 덤핑하면서 설계자가 직접 감리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일부의 경우 만을 가지고 전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똑같은 감리비를 받고도 남들이 한번 가는 현장을 두세 번씩 찾아 다니며 꼼꼼히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건축사들도 주변에는 얼마든지 많다.

현재 지정감리제도대로라면 매주 공정회의를 통해 사전 협의를 하고 주요 공정 시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면서 설계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감리자나, 현장은 설계자에게 맡기고 마지막에 도장만 찍어주는 감리자도 똑같은 감리비를 받는다.

이런 제도 안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될까? 지금까지 설계의 질을 높이고 그대로 현장에 반영되길 바랬다. 설계의도를 정확히 도면에 담아내기 위해 남들이 한 장 그리는 도면 두세장씩 그려가면 도면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자 했고, 현장 또한 최대한 자주 방문해 가며 도면이 정확히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해도 현장에서는 수시로 문제가 생기곤 한다. 벽체 거푸집이 설치된 후에는 도면이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기 힘들고, 철근 배근이 완료 되 후에는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수정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현장에서의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 최대한 자주 방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노력하더라도 현장 한번 찾지도 않는 감리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될까? 지금까지의 노력을 지속할 수 있을까?

보편성 보다는 차별성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나마의 것을 찾고 남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건축주들이 점점 늘고 있다. 평준화된 대가 안에서 그러한 요구에 부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차별성을 통해 가치를 키우고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데 제도가 그길을 막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될까?

시장은 바뀌고 있는데 보편적 서비스만을 강요하는 제도가 있다면 그 제도는 낡은 제도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의 공을 논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필요한 건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도 제도속에 움직이는 사람도 바뀌어야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도 품고 키워 갈 수 있는 제도와 그 다름을 만들어내는 건축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편화에 순응할 것인가? 다름을 만들어 낼 것인가?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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