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호 2022년 6월 1일

건축학교육 인증체제

  • 입력 : 2022-02-01 15:47
  • 수정 : 2022-05-03 17:25

올해는 우리나라 대학의 건축학 교육에서 인증제를 도입하기 위해 5년제 교육을 시작한 지 20년이 된다. 지난 9월호 건축시론(건축사신문 202191일자 2)에서 경상국립대 김화봉 교수님이 건축교육의 인증제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시면서 한국건축사 전공학자로서의 유감을 말씀하셨는데, 이에 동의하면서도 설계교육에서의 변화를 다시 한 번 논하고자 한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기간이고, 그 동안의 성과를 논할만한 시간이 된 셈이다.

2002년에 40개의 대학이, 그리고 2003년에는 19개의 대학이 건축학교육을 5년제로 변경하여 건축학교육인증제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는 WTO체제 하에서의 건축설계시장 개방과 건축사 자격의 국제적 상호인정을 위해 세계건축사연맹(UIA)에서 제시하는 기준, 즉 건축사자격의 최소 조건으로 고등교육기관에서 최소 5년 이상의 전일제 교육을 마친 사람에게 부여되는 건축학 학위와 2년 이상(향후 3)의 건축실무수련 이수에 따른 것이라 하겠다. 건축학교육인증제의 핵심은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지 핵심 수행능력(학생수행평가기준)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각 프로그램의 교육체제 내에서 제도화하는 것이겠다. 우리나라 건축교육계에서 이 변화의 파장이 큰 이유는 그 이전까지는 건축학과 건축공학 전공의 구분이 그리 크지 않았고, 교육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5년제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이전인 2001년도에는 전국에 4년제 건축학과 프로그램이 61, 건축공학과 프로그램이 136개가 있었으나 두 프로그램의 교과과정과 교육내용은 거의 유사했다. 그래서 처음 건축학 인증제 교육을 시행하면서도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교육목표를 전문 건축사 배출로 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건축인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건축학 인증교육의 목표는 실무전문가인 건축사 배양이며, 이에 따라 교과과정 및 교과내용에서 이전과 달리 변화하였고, 가장 큰 변화는 설계과목에서 생겨났다. 물론 설계과목은 과목의 성격상 이전부터 건축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여 왔지만, 이를 제도화하고, 내용적인 측면을 강화하여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이 확보되도록 하였다.

설계과목의 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개인지도시간(주당 40분 이상)을 늘렸고, 이 때문에 설계수업은 분반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지도시간이 늘어난 것이 인증교육에서 중요한 이유는 프로그램의 모든 학생들의 설계능력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설계과목을 이론 과목으로 보지 않고, 실기과목으로 취급하여 실무건축사들이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전문가교육으로서 윤리교육, 사무소 경영교육 등이 교과내용에 포함되었다. 그 결과 이전보다는 실무에 적합한 건축학 교육 체제를 갖추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건축교육제도의 변화가 있었던 200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고성장시대에서 벗어나 저성장시대로 들어간 시점이었다. 그래서 활황이었던 건축시장이 축소되고, 설계사무소도 대형사무소 위주로 개편되었다. 설계사무소로의 취업은 공채 위주로 변화하였고,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과 처우는 그리 개선되지 못하였다. 필자는 건축학인증제도로의 교육적 변화가 졸업생들의 취업, 나아가서는 건축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위의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저성장시대로 진입한 경제상황의 악화로 건축학전공의 졸업생들의 사회적 대우는 그리 향상되지 못했고, 건축사들의 사회적 지위도 나아지지 못하였다. 모든 분야에서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화하였고, 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은 증폭되었으며, 경제적 상황은 지표상으로는 향상되었으나 일반인의 체감은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결과가 건축학인증교육의 성과와 혼동되어서는 곤란하겠다. 건축학인증체제로의 변화가 사회적 변화를 초래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회적 변화에 따른 건축산업계의 변화가 컸고, 우리 건축계 전체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본다.

건축학교육인증체계로의 변화는 우리에게 선택적인 옵션이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그리고 이 인증체계는 건축학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지 개별적인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어쩌면 뛰어난 건축가의 양성은 집단적인 교육이 오히려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교육이 중요하며, 예전의 교육체계에서도 이 부분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증체계로의 변환이 꼭 뛰어난 건축가의 교육체계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여야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이러한 건축학 교육체계의 질적 향상과 국제화를 통해 우리사회에서의 건축사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인식과 처우 개선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되어질 수 있도록 건축계에서 모두 힘쓸 필요가 있겠다

신재억 교수  신재억 교수ㅣ울산대학교 건축학부
  • - 신재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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