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호 2022년 6월 1일

부산, 건축

  • 입력 : 2021-12-01 20:08
  • 수정 : 2022-05-04 13:12

요즈음 서울에서는 김종성 선생님의 남산 힐튼 호텔 철거 소식이 뜨겁다. 건축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쉬워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호텔의 매각 소식이나 철거 예정이라는 말이 몇 개월 전에 나왔지만,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큰 돈이 움직이는데 건축사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이런 사태에 아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일 것이니 더 늦기 전에 무엇이든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산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나는 구 부산시청이 철거될 때를 기억하지만, 그때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로도 여러 건축물이 사라지기도 했고, 여러 공무원들과 함께 건축사, 교수, 활동가들이 사라질 위험에 있던 건축물을 살려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화유산이라 말할 수 있는 건축물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찾아보면 부산의 1세대 건축사라 할 수 있는, 부산공립직업학교에서 수학하신 류광택 선생님이나 강석근 선생님, 일본에서 공부하신 허선행 선생님 등의 인터뷰가 일부 남아있고, 설계하신 건축물도 일부 확인되는 것이 있지만, 도면이나 그 밖의 상세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관심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승효상 선생님이 90년대 지은 빌딩은 알아도 부산에서 일구어온 건축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른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 건축사 분들이 알고 계신 내용이 많을 것이고, 건축사회에 여러 기록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내용을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는 것 같다.

서울의 건축은 우리나라 전체의 공통된 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부산의 일도 역시 우리나라의 일이다. 서울의 1세대 건축사는 우리가 다 알지만, 부산의 1세대 건축사는 아무도 모르며,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모든 이유 이전에, 우리 부산의 건축사들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의 1세대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이 사라진다면, 누가 그것을 알고 아쉽다고 할까?

개인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나는 비평가이고 부산 사람이지만, 비평과 관련된 일은 죄다 서울에서만 하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부산에서도 여러 일을 하려고 했지만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부산이고 서울이고 할 것 없이 지금은 한가하게 건축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어려운 시절이라는 문제도 있고, 비평 분야 내에서의 일도 여러 가지 있다. 쉽게 어떤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공정건축연대라는 것을 만들고 설계공모와 관련하여 시끄럽게 떠들면서 여러 분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고, 총괄건축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설계공모 개선에 참여하여 지금 부산시에서 진행하는 설계공모에 여러 일도 했다. 왜냐하면 설계공모에서는 이런 점을 중요시해서 당선작을 뽑았다거나, 혹은 심사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거나 여러 의견이 나오게 되면 사람들이 건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설계공모 자체가 개선되면 더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논의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설계공모 뿐만 아니고, 부산다운건축상이 제정되어, 긴 시간동안 부산다운 건축이 무엇인지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갈 길이 막히면 되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나는 낯 뜨거울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온 많은 건축에 대한 애정이다.

가까이 아는 사람일수록 칭찬에 인색하다. 그 과정을 보아 와서 장점과 단점을 다 알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좋은 건축이라 말하기 어려워도 단순히 운이 좋아 알려졌을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다른 건축사가 시작했던 일을 마무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건축사사무소 내에서 누가 설계했는지 모르지만, 대표 건축사의 업적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설계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마무리하는 솜씨가 좋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할 만한 것인지 의문도 들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여러분들은 BTS의 노래를 들어 그 노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 만한 노래인지 확인할 수 있는가? 오징어게임이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나 전세계에 이슈가 될만한 내용이라 동의할 수 있는가? 가치가 있다는 것은 물론 운이 따라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더 좋은 가치를 발견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여곡절이 있었더라도 우리의 건축이 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살아나는 것도 있다. 한참 셀프레벨링으로 바닥을 마감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소위 도끼다시가 유행이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나 부산데파트에 가보면 계단실의 벽 일부까지 마감해놓은 것을 보고 다시금 감탄하기도 한다. 큰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만들어온 작은 재료 하나라도 돌아보고, 오래된 기억도 아쉬운 마음도 다시 우리 건축에 불어 넣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래서 여러분들이 했던 일이 모두 가치 있는 일이었고 서로 나눌만 하다는 생각을 바라며, 올해를 마감코자 한다.

 

임성훈 교수

임성훈 교수ㅣ동명대학교 건축학과

  • - 임성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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