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호 2022년 6월 1일

전문가로서의 건축사

  • 입력 : 2021-10-01 19:43
  • 수정 : 2022-04-11 10:16

건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좋은 설계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건축사의 사회적 지위나 건축사 업무에 대한 보수체계는 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우선 필요한 점은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사를 단순히 건축허가를 내는 데 필요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공공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직업군의 사람으로 사회에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가로서의 건축사는 자격면허제도의 여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건축사의 역할과 지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건축사들의 이해와 지속적인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구미의 대학에서는 법학, 의학, 건축학분야를 3대 전문가 학위(professional degree) 분야로 다루고 있다. 보통 이 분야는 교육기간도 길고(대부분 대학원과정으로 개설됨), 교육내용도 복합적이다. 다른 학문분야와 달리 이를 전공한 졸업생들에게 전문가 학위를 수여하는 이유는 이 분야가 사회에 봉사하는 중요한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이 이 세 가지만은 아니겠으나, 이들 세 분야를 특히 꼽는 것은 사회적으로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포함하는 법률가들의 사회적 권위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높아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으며, 의사들의 사회적 권위 역시 선생님으로 칭할 정도로 막강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건축사들이 집의 설계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권위를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하에서 건축분야의 고등교육이 시작되면서 주로 기술교육을 위주로 시행되었고, 이것이 해방 후 그리고 6.25 전쟁 후의 개발위주의 사회를 거치면서 건축공학 위주의 기술자(엔지니어) 교육이 중요시되어 설계란 건축생산을 위한 도구로만 사회에서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건축학인증교육제가 도입되면서 건축학전공은 설계 위주로 교육체계를 갖추었고, 건축기본법 등의 체제 개선을 통해 건축사의 역할과 업무를 재구성하였으나 아직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겠다. 이러한 변화는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1, 20년 만에 바로 바뀌기는 어려운 일이라 하겠으나 건축사들의 자발적인 자기계발을 통한 노력과 함께 사회적 홍보 역시 중요하겠다.

앞에서 이야기 한 구미에서의 3대 전문가 학위 분야는 주지하다시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로서, 입시경쟁률이 높은 분야들이어서 보통의 성적으로는 들어가기 어려우며, 신입생의 선발 때부터 자기소개서 평가 등에서 봉사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교육과정 중에서도 윤리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래서 세 분야 모두 졸업 후 사회활동 중에서도 봉사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인 권위는 그들의 사회에서의 역할에서 비롯한다고 보인다.

건축설계분야는 레드오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오늘날 건축사 자격시험의 변화에 따라 건축사배출이 늘고 있어서 많은 건축사들이 직업으로서의 건축사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건축사 숫자가 느는 것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축사의 업역을 어떻게 늘려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통해 건축사의 사회적인 인식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고민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제부터라도 건축사들이 설계분야 뿐만 아니라 행정분야, 법률분야, 금융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각 분야에서 건축사가 할 일을 늘려야 하겠으며, 동시에 건축사 설계 업무 중에서도 각자가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병원건축, 교회건축, 주거건축, 교통건축 등이 현재 건축계의 전문설계분야라 하겠는데, 이를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전문분야에 대해 더욱 전문적인 내공을 가꿀 필요가 있겠다.

한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주거문제의 해결책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나, 주거건축 전문건축사들이 제일 현실적인 대안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설계분야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발전한 분야가 주거분야, 아파트 설계일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건축사들이 우리에게 현재 적합한 주거문제 해결책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주거문제를 현재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토지공개념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접근이며, 또한 시장경제에 맡겨 단순히 산술적인 수요와 공급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넌센스다. 주거문제는 사회문제로서 계속해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수요가 변화하며, 공급방식도 새로운 기술과 자본시장의 변화에 의해 바뀔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예측과 해결책은 전문건축사들이 제일 정확할 수 있겠다. 이제 건축사들은 단순히 의뢰받은 아파트 설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거 대안과 주거정책을 사회에 제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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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억 명예교수울산대학교 건축학부







  • - 신재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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