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호 2022년 6월 1일

건축의 다음 유행은?

  • 입력 : 2021-08-01 18:53
  • 수정 : 2022-04-11 10:16

건축은 5년마다 유행이 바뀐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여 무언가 해보려 하면 경향이 바뀌어버리니 유행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건축사들의 관심은 재료였고, 지금은 기술이다. 서울식물원을 모태로 3D 프린터가 없으면 모형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디자인이 유행하고 있다. 다음 유행은 친환경이다. 물론 단어는 좀 바뀌어야 한다. 생태주의가 될 수도 있고, 사회적 건축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가 빠지지 않고 다음 유행을 이끌게 될 것이다. 부산의 건축사들은 곧 바뀔 유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술이 침범해오고 있는 지금 상황과 같이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할 것인가?

창에 쓰는 유리를 선택할 때 보통 U(열관류율)을 고려하는데, 배경을 들여다보면 여름의 냉방보다 겨울의 난방에 더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들여다보면 이것은 겨울이 몹시 추운 중부지방,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용이나 관련 제도 때문에 잘 쓰이지는 않지만, 남부지방에서는 상황에 따라 유리의 SHGC(solar heat gain coefficient, 태양열 취득률 혹은 태양열 취득계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부지방의 상황을 고려해서 제도가 정비되기는 힘들 것이다.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했는데, 부산의 건축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유행을 따라가는 한 부산다운 건축이 만들어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행을 무시하고 만들어낸다고 해서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도 없다. 부산의 건축사들이 특정한 유행이 시작될 때 전략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다. 그런데 건축의 에너지 문제는 서울과 부산이 기후가 다르고 조건이 다르기에, 또한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서울 같은 거대한 시스템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기에, 이 친환경의 유행을 물고 늘어져 그 간격을 파고든다면 온전히 지역에 안착시키면서 경쟁력 있는 부산의 건축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U값을 보자.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지만, VLTSHGC 등 유리의 여러 값 중에서 U값을 그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사람들이 유리의 특성을 몰라서 혹은 시장의 배경이 형성되지 않아서 U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밤에는 쓰지도 않는 오피스빌딩에서 겨울밤의 난방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에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부산의 건축사들은 우리 지역에 초점을 맞춘 생각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기술과 같은 유행은 부산의 건축사들이 손쓸 방도가 없다. 하지만 이 유행은 곧 끝날 수밖에 없다. 최근 건축의 유행이 지속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그런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재력이 되는 클라이언트가 많지도 않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며, 이제 탄소 문제가 실생활에 마주치는 상황이 되었는데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디자인을 지속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부산의 여러 대학에서는 BIM이라든지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든지 기술을 부어 넣어 디자인하는 경향을 추종하고 있고, 부산의 일부 건축사들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이미 늦었고, 따라잡을 필요도 없다.

정말 중요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 문제다. 첫째, 탄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건축사들이 이 유행이 온전한 건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이다. 둘째, 서울과 다른 부산의 기후에 맞춘 에너지 대응이 필요한 문제이다. 이를 유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온전히 건축으로 정착 시켜 효과를 보려면 서울의 유행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산의 건축사들이 독립적으로 일해야 한다. 셋째, 지금은 친환경이라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경향은 단열재의 사용이나 유리와 같이 외피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물에 사용되는 총 재료량을 줄이고 새로운 감각으로 디자인할 수밖에 없다. 역시 부산의 건축사들이 일해야 한다.

건축물 무게의 총량을 줄여 태양열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하나의 건축물이 에너지를 더 소모하더라도 전체의 시스템상 에너지 총량을 줄여야 한다. 즉 에너지 소모량이 다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사람들이 차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사회적 친환경이나 사회적 생태주의와 같은 사고방식이 필요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전체의 시스템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부산에 맞는 건축이 태어나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건축의 미()적 측면도 바꾸게 된다. 제대로 디자인한다면 말이다. 예전 맥도날드 종이컵은 진한 주황색에 반짝거리는 질감이었지만, 지금 종이컵은 재생 용지 같은 느낌이다. 유리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반짝거리거나 매스감을 중심으로 하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창고 같지만, 부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담은 건축이 앞으로의 건축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이제 재생용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건축을 바꾸어야 한다.

부산의 건축사들은 설비나 시공, 재료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생활양식과 아름다움을 담은, 부산의 건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곧 유행이 들이닥친다.

 


2면 임성훈(사진).jpg임성훈 약력 : 임성훈 교수는 동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부산대에서 건축이론을 공부했으며, 이후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면서 건축평단을 중심으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건축의 대중성과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건축의 여러 문제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최근에는 공정건축연대활동을 통해 건축이 올바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 - 임성훈 교수

저작권자ⓒ건축사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