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호 2022년 6월 1일

지도자의 도시 철학을 기대한다

  • 제276호 3면
  • 입력 : 2022-06-01 14:54
  • 수정 : 2022-06-02 14:55

옛 살던 동네를 오랜만에 방문하면 어느새 아파트로 빼곡히 채워진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와 산을 품던 경관이 고층 공동주택으로 가리는 속도를 보면 도시가 바뀌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음을 새삼 느끼곤 한다.

도시의 구석구석이 아파트로 채워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성장시대에 급히 지어진 집들의 수명이 다해서, 고령화에 따라 1인 가구 수가 늘어서, 여전히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평가되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층이 두터워서 등등...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여전히 개발과 부동산의 가치로 땅을 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과연 옛 마을들이 하나같이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도시 구조의 변화를 무심하게 대해도 되는 것일까? 급격히 추락하는 출산율에 따라 2020년 이후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더불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음에도 오랜 마을을 새 아파트 단지로 바꾸면 성공한 개발이 되는 공식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지금은 더 이상 성장과 개발을 핵심 가치로 믿던 시대가 아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와 건축공간이 얼마나 도시의 품격을 향상시키는지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를 이가 없다. 인간 및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환경의 가치를 깨닫고 후대에 최대한 오염되지 않은 도시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도시와 환경, 건축을 바라보는 철학이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이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가 및 지역 지도자들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새 대통령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지속가능한 도시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부동산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임기 내 2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이에 상응할만한 환경정책과 주거 품질에 대한 고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각 광역지자체장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도시를 바꾸겠다는 선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규모 개발 사업을 계기로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호는 선명하지만 거기에 도시 구조와 삶에 대한 철학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작년 취임 때부터 추진해 온 박형준 부산시장의 ‘15분 도시’에 주목할 만하다. 15분 도시 정책은 도보권으로 도시 구조를 재편하여 골목경제를 살리고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파리에서 비롯하여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사지가 많고 기형적으로 성장한 복잡한 부산의 도시구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촘촘한 실행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부산은 특히 북항재개발사업,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등 도시 미래를 견인할 굵직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거나 앞두고 있다. 이 사업들은 부산의 도시구조 뿐만 아니라 산업, 교통, 문화,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므로 지도자의 사고와 철학이 시민에게 적지 않는 영향이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숱하게 언급되는 글로벌 해양도시, 그린스마트시티 등의 공약들이 단지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시민의 관심과 독려가 절실하다. 시민은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동시에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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