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호 2022년 5월 1일

건축물 안전, 건축사의 신중함에서 비롯된다

  • 제274호 2면
  • 입력 : 2022-04-01 10:18
  • 수정 : 2022-04-27 10:21

예로부터 성급하게 하는 일에 대해 주의를 갖게 하는 많은 표현이 있는데, ‘바늘허리 실 꿰어 쓸 수 없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같은 말들이 그러하다.

선조들의 이러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절 건축이나 토목 분야의 공공사업에 있어 신속한 일 처리만 강조하여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사업이 마무리된 후 유지 보수에 과도한 비용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반면교사로 현재 진행 중인 공공사업들은 규모에 따라 예비타당성 검토라든지, 사전 규모 검토 등에 대한 기획설계 등을 진행하여 정확한 예산 확보 및 적정 규모의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

부산광역시의 경우에는 공공건축지원센터를 통해 부산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공건축사업에 대하여 적정 규모 및 사업 예산, 사업 절차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민간전문가가 검토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여 합리적인 사업 진행이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검토와 협의의 과정은 국가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공공사업에 타당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사업에 진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절차를 거침에도 불구하고, 건축사가 진행하는 설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여건 변화 등으로 예산 부족이나 자재 변경 등의 과정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같이 유가의 급등이나, 철재 관련 자재 수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미 발주된 사업조차도 진행 과정에 있어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급등하는 자재비로 인하여 시공 중인 현장의 변경 요청이 빈번하고, 철근 등의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설계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자재비, 유가의 급등 상황은 국내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국외의 이슈로 인하여 진행되는 면이 큰 상황이다 보니, 국가의 정책으로 이러한 상황을 조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건축공사 현장에 설계 혹은 감리 업무로 관여하는 건축사의 경우는 본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살려 보다 원활한 작업 여건이 이루어지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공공사업의 경우 발주청에서도 이런 여건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할 걸로 보이며, 민간사업의 경우에도 건축사가 건축주에게 현재의 사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는 용역업자가 적절한 이윤이 추구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건축물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두에서 얘기했듯이 성급한 일 처리에 급급하지 않도록 사전에 많은 검토 과정을 거치고, 설계 과정에서 협의와 수정을 반복하여도, 또 건축물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수에 대한 융통성과 협력이 없으면 건축사의 작품이 좋은 결과물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얼마 전 모 건축사의 하소연이 작은 규모의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데 건축공사의 예산을 책정하면서 보수 등의 편의를 위한 피트 등의 작업공간이나 물탱크실은 제외한 채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면적만으로 공사비가 산정되어, 설계를 아무리 경제적으로 한다 해도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추경 편성을 위해 기다리다 보니 2년 동안 설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러하듯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전문가의 세밀한 검토와 조언을 참조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인 게 건축계의 현실이다.

바라건대 민간의 일이든, 공공의 일이든 간에 일의 규모와 경중을 따지지 말고, 늘 신중하게 접근하여 제대로 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를 위한 건축사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이다.

아무리 급하여도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법이다.

 

  • - 논설위원

저작권자ⓒ건축사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