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호 2022년 5월 1일

공간 디자인을 마케팅하다

  • 입력 : 2010-04-07 11:17
  • 수정 : 2022-04-11 10:29

"연속되는 매스의 형태는 대장, 항문 전문병원의 특성을 나타내는 신체 아이콘이자 건축과 도시의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설계자 안용대 건축사

설계 안용대 건축사 : ‘디자인은 마케팅이다.’ 건축주를 만다면 자주 하는 말이다. 다소 상업적인 접근이지만, 병원도 브랜드를 만들고 마케팅을 해야 하고 건축사도 건축물의 성격에 따라 디자인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장, 항문, 소화기 전문의 새항운병원은 한편으로는 이미지 마케팅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외형을 보면 알겠지만 신체의 특정 부위를 이미지화했다. 굉장히 1차원적인 접근일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숨은 의도는 도시와 건축의 끊임없이 긴장과 갈등이다. 연속되는 매스를 ‘건축’이라 하고 그 사이 비워진 공간을 ‘도시’라고 하면, 건축과 도시가 끊임없이 맞물려 긴장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디자인의 숨은 의미이다.

▲ 대장, 항문 전문병원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입면의 이미지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이 프로젝트는 전문병원으로 비교적 소규모인 대지와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전체 볼륨이 크게(?) 보이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요청. ‘규모의 경제학’이란 말에서도 나타나지만, 병원도 규모와 비례해 그 만큼의 신뢰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볼륨감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우선 제한된 용적률보다 큰 공간을 만들고 초과하는 만큼의 공간을 비워나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덕천동 ‘미래로여성병원’, 하단동 ‘미래아이여성병원’, 남산동 ‘새우리병원’도 그랬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500%로 제한되어 있으면, 600%로 디자인한 후 초과하는 100%를 비워내는 작업을 했다. 조경이나 마당 등으로 트임, 비움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공사비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지만 병원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친환경적인 요소를 도입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건축주들에게 설득력이 있었다.

1층 임대공간 : 병원의 실제 의료공간은 2층부터이다. 1층은 임대공간이다. 이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나 의료진의 동선과 외부방문객들의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분리한 것이다. 게다가 항문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의 특성상 환자의 사생활 보호가 필수적이었다. 

대개 병원이 도심의 번잡한 곳에 지어지기 때문에 1층을 주로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이는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내야할 병원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주로 2, 3층부터 외래로 사용한다. 이러한 임대공간의 활용은 병원 측의 초기자본 부담을 줄이는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지하 1층 식당 : 내부 기능을 살펴보면 지하 1층은 식당과 기계실이다. 지하에 식당을 넣은 경우는 처음이다. 통상 채광과 환기를 고려해 꼭대기 층에 배치해 왔다. 하지만 전체 규모를 4,300m²(1300평) 이내로 작업해 달라는 건축주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공간적 제약이 많았다. 식당도 이러한 이유로 지하에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식당이 내려옴으로써 발생하는 환기나 채광의 문제는 식당 후면부 드라이에어리어 겸 썬큰가든을 통해 기능적으로 해결코자 했다. 설계 초기에는 식당에 갤러리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역시 공간적 제약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앞으로 병원은 진료만 해서 성공할 수 없다. 문화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2층 외래 진료실 : 2층은 외래 진료실이다. 3층에는 보통 검진센터가 들어가는데 이곳은 3층에 수술실과 내시경실이 위치하고 있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의료진과 수술실 동선이 최대한 가까워야 했다.

4층 검진센터 : 4층은 검진센터다. 통상 병원에선 외래검진실과 종합검진실을 별도 운영한다. 하지만 제한된 면적으로 인해 두 개의 검진실 운영이 사실상 어려웠다. 하나의 검진실을 성향이 다른 두 부류의 환자가 이용해야 했다. 대안은 같은 실을 이용하되 안팎으로 별도 출입문을 설치해 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종합검진환자들에게는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외래 환자들에게는 용이한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 6층 평면도

▲ 8층 평면도

병실과 중정 : 5~8층은 병실이다. 5층은 중정을 사이에 두고 병실이 둘러싸여 있다. 6층은 ‘ㄷ’자형으로 한쪽을 열어 두었다. 열린 공간은 7층까지 뚫려 있고, 그 공간은 브릿지로 연결했다. 매스와 매스 사이의 열린 공간으로 건축물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키고, 사이 공간에는 나무를 심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건축물의 표정이 바뀔 수 있도록 했다. 8층 오픈부는 90°로 틀어져 있고 따로 정원을 두었다.

외장재료는 중국산 문경석과 칼라유리가 사용됐다. 햇빛이 비치는 날 창을 보면 유리가 없는 것처럼 느끼도록 칼라유리에 시트를 발라 색의 깊이를 더했다. 열린 공간들 사이로 보이는 촘촘한 알루미늄 바는 대장의 주름이자 도시와 건축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켜들을 표현코자 했다. 오른쪽 계단탑에 사용된 알루미늄 루바는 전체 이미지에서 조형적으로 분리된 느낌을 주고자 다른 재료를 사용했다.

▲ 열린 공간들 사이로 보이는 촘촘한 알루미늄 루바는 대장의 주름이자 도시와 건축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켜를 뜻한다

▲ 매스와 매스 사이의 열린 공간으로 건축물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키고, 사이 공간에 나무를 심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동시에 건축물의 표정이 바뀌도록 했다.

 

 

 

 

 

 

 

 

 

 

 

 

 

 

 

 

 

 

 

 

 

이민호 건축사 : 병원의 전문의료기기와 연관해서 특별히 건축 설비적으로 고려된 부분이 있다면? 또 건축물 내부가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있었는데, 공사를 별도로 관리한 것인지?


안 건축사 : 사무소 운영 프로세스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본 설계가 정리되면 병원 관계자에게 도면을 전달한다. 운영진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장비관리자, 수술관계자 등 모든 관계 부서에 전달한다. 간호사도, 의사도 자신의 경력과 전문 분야에 따라 제안하는 의견이 다르다. 각 담당자에게 해당 도면에 필요한 장비의 위치는 물론 콘센트 하나까지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이렇게 취합된 의견은 설비, 전기, 구조 등의 협력 회사에 전달한다. 물론 의료장비까지 포함되어 있지만, 특성상 의료장비가 설계단계에서 명확히 정해지지 않는다. 전문 장비의 경우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후 실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공사 중에 이러한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게다가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직원을 현장 감리로 파견하기 때문에 의료장비 부분까지도 공사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오랜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진경건설에서 설계에서 빠뜨린 부분을 잘 챙겨주고 있다. 


이상헌 건축사 : 1층 임대공간과 2층 외래의 동선분리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2층으로의 진입을 위해 주로 엘리베이터를 사용 하겠지만, 엘리베이터와 남쪽 계단에 대한 설계 의도를 좀 더 듣고 싶다.


안 건축사 :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대지가 주차장 제한구역이긴 하지만, 1층을 전체를 주차장으로 해도 모자랄 만큼 주차장 환경이 열악하다. 대개 2층 외래로 진입하는 인지성이 강한 계단을 두는데, 주차 및 임대 등의 여건으로 제약이 많았다. 아쉽지만 타워파킹 옆의 계단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방문객이나 일반 환자용과 수술환자용으로 분리하지만, 1층 공간을 임대로 사용하다 보니 코어를 분리하기가 어려웠다. 이것도 마케팅 효과인데 두 개의 엘리베이터를  같이 연동함으로써 규모가 커 보이는 효과도 얻고자 했다.


김성곤 건축사 : 주차를 타워파킹으로 처리했는데, 혹시 부지 확장의 의도가 있는지?


안 건축사 : 잘 보셨다. 실제 공사 진행과정에서 부지매입 시도가 있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 826.4㎡(250평)의 좁은 땅에 램프를 만들고 지하주차시설을 만들면 환경이 더욱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의 경우 구불구불 난코스의 칙칙한 지하를 오르내리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동선을 우선하고, 차를 후순위 처리하는 것이 건축의 각론이다. 하지만 차를 무시 할 수는 없다. 특히 병원의 경영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차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워파킹 앞의 주차 공간을 돌로 마감했다. 거실로 본 것이다.


정춘국 건축사 : 간단히 두 가지만 묻고 싶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외관이 ‘미래로병원’ 작업보다 훨씬 좋은 이미지로 다가왔다. 길 건너편에서 사진도 찍다 보니 강한 추상성을 느껴졌다. 혹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 건축주가 제한된 경비 문제를 지속 제기했었는데, 공사비 절약을 위한 층고절약 의도는 없었는지?


안 건축사 : 층고 절약에 대한 의도는 없었다. 공사비 절약을 말씀하시는데, 실제 병실의 천장고가 2500mm정도 되는데, 개인적으로 3900mm를 많이 쓴다. 냉난방이 들어가고, 제 작업에 많은 나타나는 중정의 경우 역보를 치게 되면 자연스레 층고가 높아진다. 그래서 병실층은 3900mm, 외래층은 4200mm, 지하층은 4500mm 정도로 작업한다. CM을 담당한 한미파슨스에서 공사비 절약차원에서 제안한 식당 층고 외에는 적정 층고를 유치했다. 특히 2층 접수대는 2~3층을 오픈해 공간감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3층의 기능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오픈할 수 없었다. 오히려 층고를 더 높였다.

앞서 말한 추상성은 의도된 부분이다. 건축물의 입면은 캔버스에 한두 개의 점을 찍어 절제와 극도의 긴장감, 비움과 채움을 표현하고 있는 이우환 작가의 추상적 이미지를 담고자 시도했다. 점을 찍은 형태는 아니지만 공간이 주는 느낌은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도록 말이다. 전작에 비해 단정하게 정리가 된 느낌을 갖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매스의 우측 부분을 보면 아주 넓은 면에 수직 루바만 꽂혀 있는 형태라든지, 정면  3층 모퉁이를 파서 처리한 것은 이우환 선생의 그림 속 이미지를 차용한 것들이다.

▲ 입면은 캔버스에 한두 개의 점을 찍어 절제와 극도의 긴장감, 비움과 채움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는 이우환 작가의 추상적 이미지를 차용코자 했다.

이민호 건축사 : 한미파슨스에서 CM을 했다고 하셨다. 한미파슨스에서 제안한 의견 중 설계에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안 건축사 : CM을 했다고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건 전혀 없었다. CM사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 부분은 지하 1층의 층고 변경을 비롯한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4.5m의 층고가 필요한 기계실의 층고는 높이고, 식당의 층고를 낮춘 것이 주된 부분이다. 터파기에 소요되는 일정 비용을 줄였다. 하지만 경비가 줄었다고 마냥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식당의 층고가 좀 더 높았다면 분위기가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정철수 건축사 : 프로세스에 관한 질문이다. 안 건축사의 전체 작품은 상당히 일관성이 있는데 설계를 할 때 볼륨이나 공간 먼저 잡고 평면작업을 하는지, 평면 작업 후 불륨 작업을 하는지? 볼륨을 먼저 잡는 것 같은데? 

 

안 건축사 : 동시에 한다고 보면 되겠다. 건축주로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갔을 때 이미지가 강하게 와 닿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미지가 강하게 와 닿는 경우에는 이미지와 평면이 동시에 진행이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나 프로젝트의 수주가 불투명할 경우에는 당연히 평면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수주가 결정되고 작업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항운병원의 경우 평면을 그려 기능을 해결해 놓고 이미지는 나중에 적용한 경우다.


김태민 편집주관 :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안 건축사의 작품은 누가 봐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다. 마흔 개의 병원을 디자인하면서 이미 자기의 색깔과 자기 디자인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혹시 이러한 디자인에 안착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 아닌 우려를 해 본다. 혹시 다음 작업도 이와 비슷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패턴을 구상하는지 궁금하다.


안 건축사 : 자신의 색이 뚜렷한 마리오보타가 굉장히 부럽다. 그림도 그렇지만,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계속 반복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건축의 특성상 형태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똑같은 작업을 할 수는 없다. 새항운병원의 경우 건축물의 입면 형태를 장기 등에 비유하는 1차원적인 말씀을 드렸는데, 그 속에 내포된 도시와 건축의 끊임없이 긴장과 갈등은 디자인의 숨의 의도다.

연산동 거리의 가로성을 살펴본다면 불특정한 용도일 수밖에 없는 커튼월 형태의 임대건축물이 연속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곳에 하나 정도는 무거우나 단정한 건축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산동의 현란한 밤거리 속에서 이 건축물이 어떻게 긴장하고 갈등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여기에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이 워낙에 공사비가 낮기 때문에 돌 위주로 무겁게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며칠 전 부곡동에 산부인과 병원을 착공했다. 그곳은 불투명과 투명의 유리를 교차해 디자인했다. 전부 유리로 설계했다.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물론 해당 대지는 주변이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다소 가볍게 가면서 가로의 표정을 바꾸고자 의도했다. 


김태민 편집주관 : 안용대 건축사의 새로운 작품이 한층 기대된다. 오늘 탐방은 역대 탐방 행사 중 가장 많은 인원수가 참석했다. 어려운 시기지만 그만큼 건축에 대한 갈증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증거일 것이다. 앞으로 보다 더 알찬 행사가 마련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오랜 시간 탐방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8층 엘리베이터 홀
▲ 6층 중정

  • - 심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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